3장 역할, 책임, 협력

앞서 배운 내용은 사실 구현에 초점이 맞춰진 내용으로 객체지향의 본질보단 방법에 가깝다. 이번 장은 객체지향 패러다임의 역할(role), 책임(responsibility), 협력(collaboration)에 대해 다룬다. 클래스, 상속, 지연 바인딩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협력

영화 예매 시스템 돌아보기

앞서 구현한 예제와 같이 사용자가 영화 예메 시스템을 사용한다면 실제 내부에선 객체들이 참여하는 협력이 일어난다. 일종의 제어 흐름이 아닌 객체에 의해 통제되지 않고 다양한 객체들 사이에 균형 있게 분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화 예매라는 목적성을 달성하기 위해 객체끼리는 메세지를 통해서 상호작용한다. 이를 협력이라고 하며,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수행하는 로직을 책임이라고 한다. 객체들이 협력 안에서 수행하는 책임들이 모여 객체가 수행하는 역할을 구성한다.

협력

객체지향 시스템은 자율적인 객체들의 공동체다. 객체는 고립된 존재가 아니며 시스템의 기능이라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객체와 협력하는 사회적인 존재다. 협력은 객체지향의 세계에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두 객체 사이의 협력은 하나의 객체가 다른 객체에 도움을 요청할 때 시작된다. 메시지 전송은 객체 사이의 협력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협력 -> 메시지 전송 -> 인터페이스를 통한 메서드 호출로 이어진다. 하지만 개념적인 이해가 더 중요해보인다.

협력이란 어떤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무엇인가를 요청하는 것이다. 한 객체는 어떤 것이 필요할 때 다른 객체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거나 서로 협력한다. 즉, 두 객체가 상호작용을 통해 더 큰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다. 객체 사이의 협력을 설계할 때는 객체를 서로 분리된 인스턴스가 아닌 협력하는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는 메서드를 실행해 요청에 응답한다. 여기서 객체가 메시지를 처리할 방법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캡슐화이자 메시지와 메서드의 차이를 이해해야 함) 외부의 객체는 오직 메시지만 전송할 수 있을 뿐이며 메시지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가 직접 결정한다.

ScreeningMovieCalculateMovieFee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예매자 한 명의 요금 계산을 요청한다. 이는 Movie가 요금을 계산하는데 필요한 기본 요금과 할인 정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객체이기 때문이다. Screening에서 수행한다면 Movie의 인스턴스 변수에 접근하여 내부 구현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캡슐화가 깨지게 된다. (결합도 증가)

가장 큰 문제점은 Movie의 자율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수동적인 객체로 전락) 자율적인 객체란 자신의 상태를 직접 관리하고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행동하는 객체다. 캡슐화를 줄이는 순간 Public 정보가 늘어나고 결합도가 높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갹체를 자율적으로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내부 구현을 캡슐화하는 것이다. 캡슐화를 통해 변경에 대한 파급효과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율적인 객체는 변경하기도 쉬워진다.

협력이 설계를 위한 문맥을 결정한다

객체지향은 객체를 중심에 놓는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이다. 여기서 객체란 상태와 행동을 함께 캡슐화하는 실행 단위다. 그렇다면 객체가 가질 수 있는 상태와 행동을 어떤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까? 객체를 설계할 때 어떤 행동과 상태를 할당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애플리케이션 안에 어떤 객체가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여야 한다. 그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며, 객체가 협력에 참여할 수 있는 이유는 협력에 필요한 적절한 행동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객체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객체가 참여하고 있는 협력이며, 협력이 바뀌면 객체가 제공해야 하는 행동 역시 바뀌어야 한다. 협력은 객체가 필요한 이유와 객체가 수행하는 행동의 동기를 제공한다.

객체에서 상태는 객체가 행동하는 데 필요한 정보에 의해 결정되고 행동은 협력 안에서 객체가 처리할 메시지로 결정된다. 결과적으로 참여하는 협력이 객체를 구성하는 행동과 상태를 모두를 결정한다. 따라서 협력은 객체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문맥(context)을 제공한다.

정리하자면 객체간의 협력을 먼저 생각하여 설계하고 이를 통해 객체의 책임과 역할에 맞게 메시지와 각 객체의 메서드를 설계한다. 이후에 해당 메서드에 필요한 상태이자 데이터를 결정한다.

책임

책임이란 무엇인가

내 생각에 여기서 말하는 문맥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객체간의 동적 모델로 나타낼 수 있을 것 같다. 글로 적는다면 당장 “영화 할인 요금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Screening에서 Movie로 계산율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Movie에서 수신하여 계산 후 돌려준다.”를 협력에서 일어나는 문맥이자 흐름이다.

객체를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문맥인 협력이 갖춰졌다면 다음으로 협력에 필요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객체를 찾는 것이다. 이때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객체가 수행하는 행동을 책임이라고 부른다.

책임이란, 객체에 의해 정의되는 응집도 있는 행위의 집합으로, 객체가 유지해야 하는 정보와 수행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계략적으로 서술한 문장이다. 즉, 객체의 책임은 객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구성된다.

  • 하는 것
    • 객체를 생성하거나 계산을 수행하는 등의 스스로 하는 것
    • 다른 객체의 행동을 시작시키는 것
    • 다른 객체의 활동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것
  • 아는 것
    • 사적인 정보에 관해 아는 것
    • 관련된 객체에 관해 아는 것
    • 자신이 유도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것에 관해 아는 것

영화 예매 시스템에서 Screening는 영화를 예매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이는 하는 것과 관련된 책임이다. 또한 자신이 상영할 영화도 알고 있어야 하기에 이는 아는 것과 관련된 책임이다. Movie도 마찬가지로 예매 가격을 계산할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하는 것과 관련된 책임이다. 또한 가격과 할인 정책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기에 이는 아는 것과 관련된 책임이다.

일반적으로 책임과 메시지의 크기는 다르다. 책임은 객체가 수행할 수 있는 행동을 종합적이고 간략하게 서술하기 때문에 메시지보다 추상적이고 개념적으로도 더 크다. 처음에는 단순한 책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여러 개의 메시지로 분할되기도 하고 하나의 객체가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책임이 나중에는 여러 객체들이 협력해야만 하는 커다란 책임으로 자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책임의 관점에서 ‘아는 것’과 ‘하는 것’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객체는 자신이 맡은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을 책임이 있다. 또한 객체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작업을 도와줄 객체를 알고 있을 책임이 있다. 어떤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도 함께 알아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협력이 중요한 이유도 객체에게 할당할 책임을 결정할 수 있는 문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협력이 적절한 책임을 제공하고, 적절한 책임을 적절한 객체에게 할당해야만 단순하고 유연한 설계를 창조할 수 있다.

여기서 ‘문맥’과 ‘적절한’에 대한 생각은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객체지향이 매력적인 이유 중에 하나다.

정말 강조하지만 객체지향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이다. 객체에게 얼마나 적절한 책임을 할당하느냐가 설계의 전체적인 품질을 결정한다. 객체의 구현 방법은 상대적으로 책임보다는 덜 중요하며 책임을 결정한 다음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

이슈에 개발할 기능이나 설계할 구조에 대해서 작성할 때, 먼저 객체간의 문맥과 책임을 먼저 적어보는 습관도 되게 좋을 것 같다.

책임 할당

자율적인 객체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에게 그 책임을 할당하는 것이다. 이를 책임 할당을 위한 INFORMATION EXPERT(정보 전문가) 패턴이라고 한다.

정보 전문가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것은 일상 생활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과도 유사하다. 일상 생활에서도 어떤 도움이 필요한 경우 그 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한다. 객체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객체들 역시 협력에 필요한 지식과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객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 객체가 수행할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기 위해서는 먼저 협력이라는 문맥을 정의해야 한다. 협력을 설계하는 출발점은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기능을 시스템이 담당할 하나의 책임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객체지향 설계는 시스템의 책임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더 작은 책임을 찾아내고 이를 객체들에게 할당하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모양을 갖춰간다. (Task)

영화 예매 시스템을 예로 들어 정보 전문가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할 기능은 영화를 예매하는 것이다. 이 기능을 시스템이 제공할 책임으로 할당한다.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유일한 방법은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이므로 책임을 할당한다는 것은 매시지의 이름을 결정하는 것과 같다. 예매하라라는 메시지로 협력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메시지가 선택이 되었다면 메시지를 처리할 적절한 객체를 선택해야 한다. 영화를 예매해하는 책임은 어떤 객체에 할당해야 할까? 기본 전략은 정보 전문가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 예매와 관련된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화를 예매하기 위해선 상영시간과 기본 요금을 알아야 한다. 이 정보를 소유하고 있거나 해당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는 Screening이다.

이어서 영화를 예매하기 위해서는 예매 가격을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Screening은 예매 가격을 계산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지 않다. Screening은 예매에 대해서는 정보 전문가일지 몰라도 영화 가격 자체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다. 이것은 Screening이 외부의 객체에게 가격 계산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새로운 메시지가 필요하다.

‘가격을 계산하라’라는 이름의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 메시지를 처리할 적절한 객체를 선택해야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를 선택한다. 가격을 계산하기 위한 할인 정책과 기본 요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객체는 Movie이다. 따라서 가격을 계산할책임을 Movie에게 할당한다.

가격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할인 요금이 필요하지만 Movie는 할인 요금을 계산하는 데 적절한 정보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Movie는 요금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요청을 외부에 전송해야 한다. 할인 요금을 계산하라라는 새로운 메시지가 필요하게 된다.

이처럼 객체지향 설계는 협력에 필요한 메시지를 찾고 메시지에 적절한 객체를 선택하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가 메시지를 수신할 객체의 책임을 결정한다.

이렇게 결정된 메시지가 객체의 퍼블릭 인터페이스로 구성한다는 것 역시 눈여겨보기 바란다. 협력을 설계하면서 객체의 책임을 식별해 나가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얻게 되는 결과물은 시스템을 구성하는 객체들의 인터페이스와 오퍼레이션의 목록이다.

물론 모든 책임 할당 과정이 이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응집도와 결합도의 관점에서 정보 전문가가 아닌 다른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전략은 책임을 수행할 정보 전문가를 찾는 것이다. 정보 전문가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것만으로도 상태와 행동을 함께 가지는 자율적인 객체를 만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책임 주도 설계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의 요점은 협력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책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책임을 선택하느냐가 전체적인 설계의 흐름을 결정한다. 이처럼 책임을 찾고 책임을 수행할 적절한 객체를 찾아 책임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설계하는 방법을 책임 주도 설계(Responsibility Driven Design, RDD)라고 한다.

  •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기능인 시스템 책임을 파악한다.
  • 시스템 책임을 더 작은 책임으로 분할한다.
  • 분할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객체 또는 역할을 찾아 책임을 할당한다.
  •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도중 다른 객체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이를 책임질 적절한 객체 또는 역할을 찾는다.
  • 해당 객체 또는 역할에게 책임을 할당함으로써 두 객체가 협력하게 한다.

협력은 객체를 설계하기 위한 구체적인 문맥을 제공한다. 협력이 책임을 이끌어내고 책임이 협력에 참여할 객체를 결정한다. 책임 주도 설계는 자연스럽게 객체의 구현이 아닌 책임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구현이 아닌 책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유연하고 견고한 객체지향 시스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재료가 바로 책임이기 때문이다.

메세지가 객체를 결정하고, 행동이 상태를 결정한다.

메시지가 객체를 결정한다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데 필요한 메시지를 먼저 식별하고 메시지를 처리할 객체를 나중에 선택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객체가 메시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가 객체를 선택하게 했다.

메시지가 객체를 선택해야 하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 객체가 최소한의 인터페이스를 가질 수 있게 된다.
    • 필요한 메시지가 식별될 때까지 퍼블릭 인터페이스에 어떤 것도 추가하지 않기 때문에 객체는 애플리케이션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꼭 필요한 크기의 퍼블릭 인터페이스를 가질 수 있다.
  • 객체는 충분히 추상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질 수 있게 된다.
    • 객체의 인터페이스는 무엇을 하는지는 표현해야 하지만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노출해서는 안 된다. 메시지는 외부의 요청하는 무언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메시지를 먼저 식별하면 무엇을 수행할지에 초점을 맞추는 인터페이스를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협력을 구성하는 객체들의 인터페이스는 충분히 추상적인 동시에 최소한의 크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객체가 충분히 추상적이면서 미니멀리즘을 따르는 인터페이스를 가지게 하고 싶다면 메시지가 객체를 선택하게 하자.

행동이 상태를 결정한다

객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객체는 협력에 필요한 행동을 제공해야 한다. 객체를 객체답게 만드는 것은 객체의 상태가 아니라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제공하는 행동이다.

객체지향 패러다임에 입문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객체의 행동이 아니라 상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초보자들은 먼저 객체에 필요한 상태가 무엇인지를 결정하고, 그 후에 상태에 필요한 행동을 결정한다. 이런 방식은 객체의 내부 구현이 객체의 퍼블릭 인터페이스에 노출되도록 만들기 때문에 캡슐화를 저해한다. 이와 같은 방법을 데이터 중심의 설계(data-driven design, DDD)라고 한다.

캡슐화를 위반하지 않도록 구현에 대한 결정을 뒤로 미루면서 객체의 행위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항상 협력이라는 문맥 안에서 객체를 생각해야 한다. 협력 관계 속에서 다른 객체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하고 다른 객체로부터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만 훌륭한 책임을 수확할 수 있다. (응집도가 높고 결합도가 낮은)

중요한 것은 객체의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다.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행동이 중요하다.

역할

역할과 협력

객체는 협력이라는 주어진 문맥 안에서 특정한 목적을 갖게 된다. 객체의 목적은 협력 안에서 객체가 맡게 되는 책임의 집합으로 표시된다. 이처럼 객체가 어떤 특정한 협력 안에서 수행하는 책임의 집합을 역할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협력을 모델링할 때는 특정한 객체가 아니라 역할에게 책임을 할당한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영화 예매 협력에서 예매하라라는 메시지를 처리하기에 적합한 객체로 Screening을 선택했다. 하나의 단계처럼 보이는 이 책임 할당 과정은 실제로는 두 개의 독립적인 단계가 합쳐진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영화를 예매할 수 있는 적절한 역할을 찾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역할을 수행할 객체로 Screening 인스턴스를 선택하는 것이다.

역할에는 특별한 이름을 부여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익명의 역할을 찾고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잇는 객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설계가 진행됐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왜 역할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일까?

유연하고 재사용 가능한 협력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역할을 통해 유연하고 재사용 가능한 협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역할이라는 개념을 고려하지 않고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한다고 가정해보자. Movie가 가격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할인 요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할인 요금을 계산하라는 메시지를 외부의 객체에게 전송할 수 있다.

영화 예메 도메인에는 금액 할인 정책과 비율 할인 정책이라는 두 가지 종류의 가격 할인 정책이 존재하기 때문에 AmountDiscountPolicyPercentDiscountPolicy라는 두 가지의 인스턴스가 객체의 할인 요금을 계산하라는 메시지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두 종류의 객체가 참여하는 협력을 개별적으로 만들어야 할까?

이런 방법으로 두 협력을 구현한다면 분명하게 코드가 중복되고 말 것이고, 프로그래밍에서 중복은 모든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에 이런 방법은 피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객체가 아닌 책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순수하게 책임의 관점에서 두 협력을 바라보면 AmountDiscountPolicyPercentDiscountPolicy 모두 할인 요금 계산이라는 동일한 책임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객체라는 존재를 지우고 할인 요금을 계산하라라는 메시지에 응답할 수 있는 대표자를 생각한다면 두 협력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표자를 협력 안에서 두 종류의 객체를 교대로 바꿔 끼울 수 있는 슬롯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슬롯이 바로 역할이다. (인터페이스 기능)

여기서 역할이 두 종류의 구체적인 객체를 포괄하는 추상화라는 점에 주목하라. 따라서 AmountDiscountPolicyPercentDiscountPolicy를 포괄할 수 있는 DiscountPolicy라는 역할을 정의할 수 있다.

요점은 동일한 책임을 수행하는 역할을 기반으로 두 개의 협력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할을 이용하면 불필요한 중복 코드를 제거할 수 있다. 더 좋은 소식은 협력이 더 유연해졌다는 점이다. 이제는 새로운 할인 정책을 추가하기 위해 새로운 협력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책임과 역할을 중심으로 협력을 바라보는 것이 바로 변경과 확장이 용이한 유연한 설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역할을 활용한 또 다른 예로 Null객체 패턴을 사용한 NoneDiscountPolicy를 들 수 있다.

객체 대 역할

역할은 객체가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슬롯이다. 따라서 유용하고 재사용 가능한 설계라는 문맥에서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직 한 종류의 객체만 협력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역할이라는 개념을 고려하는 것이 유용할까? 역할이라는 개념을 생략하고 직접 객체를 이용해 협력을 설계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이런 경우에 역할을 사용하는 것은 상황을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정말 궁금했던 부분이다. 다른 책에선 한개의 역할이라도, 한개의 인터페이스라도 만드는 것이 좋다고 한다.

레베카 워프스브록는 협력에 참여하는 후보가 여러 종류의 객체에 의해 수행될 필요가 있다면 그 후보는 역할이 되지만 단지 한 종류의 객체만이 협력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면 후보는 객체가 된다고 한다.

객체에 관해 생각할 때 ‘이 객체는 무슨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라고 자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질문은 객체가 어떤 형태를 띠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동작을 해야 하는지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지금까지 객체와 역할에 대해 막연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둘의 진짜 차이는 무엇일까? 만약 동일한 종류의 객체가 하나의 역할을 항상 수행한다면 둘은 동일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협력에서 하나 이상의 객체가 동일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면 역할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실행할 수 있는 책임의 집합이 된다. (중략) 배우가 극중에서 믿을 수 있는 배역을 맡아서 하려는 것처럼 객체는 의미 있는 역할을 정의하는 책임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다시 말해 협력에 적합한 책임을 수행하는 대상이 한 종류라면 간단하게 객체로 간주한다. 만약 여러 종류의 객체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역할이라고 부르면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 어떤 것이 역할이고 어떤 것이 객체인지가 또렷하게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나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는 어렵고 정보가 부족한 초반에는 결정을 내리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도메인 모델 안에는 개념과 객체와 역할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으며 이것은 사람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관점이다. (불완전함)

이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설계 초반에는 적절한 책임과 협력의 큰 그림으로 탐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여야 하고 역할과 객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애매하다면 단순하게 객체로 시작하고 반복적으로 책임과 협력을 정제해가면서 필요한 순간에 객체로부터 역할을 분리해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리팩터링)

처음부터 자동차를 만들 생각을 하지말고, 쌓아가는 애자일 방식으로 설계를 진행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책임이다.
이 후보는 객체가 될 수도 있고 역할이 될 수도 있고 클래스가 될 수도 있지만 정확하게 이 후보가 무엇인지는 설계 초반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협력을 위해 어떤 책임이 필요한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후보는 식별한 책임을 구분해서 담을 수 있는 일종의 빈자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중에 동일한 책임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객체들이 필요해질 때가 역할의 도입을 고려해도 늦지 않다.

처음에는 특정 시나리오에 대한 협력을 구상할 때는 아마도 도메인 모델에 있는 개념들을 후보로 선택해 직접 책임을 할당할 것이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계로 옮기면서 협력을 지속적으로 정제하다 보면 두 협력이 거의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객체들이 협력에 참여한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역할로 시작하라. 하지만 모든 것이 안개 속에 둘러싸여 있고 정확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구체적인 객체로 시작하라. 다양한 시나리오를 탐색하고 유사한 협력들을 단순화하고 합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역할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역할은 객체와 클래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으며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개념인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객체지향 언어들은 역할을 구현할 수 있는 언어적인 편의 장치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며 일관된 구조를 가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역할을 설계의 중심 개념으로 보는 역할 모델링(Role Modeling) 개념은 상호작용하는 객체들의 협력 패턴을 역할들 사이의 협력 패턴으로 추상화함으로써 유연하고 재사용 가능한 시스템을 얻을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역할과 추상화

2장에서 추상화를 이용한 설계가 가질 수 있는 두 가지 장점을 설명했다. 첫 번째 장점은 추상화 계층만을 이용하면 중요한 정책을 상위 수준에서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설계가 좀 더 유연해진다는 것이다.

역할은 공통의 책임을 바탕으로 객체의 종류를 숨기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역할을 객체의 추상화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추상화가 가지는 두 가지 장점은 협력의 관점에서 역할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추상화의 첫 번째 장점은 세부 사항에 억눌리지 않고도 상위 수준의 정책을 쉽고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상화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불필요한 세부 사항을 생략하고 핵심적인 개념을 강조할 수 있다. 협력이라는 관점에서는 세부적인 사항을 무시하고 추상화에 집중하는 것이 유용하다. 객체에게 중요한 것은 행동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동일한 협력을 수행하는 객체들을 추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상화의 두 번째 장점은 설계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역할이 다양한 종류의 객체를 끼워 넣을 수 있는 슬롯이라는 점에 착안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협력 안에서 동일한 책임을 수행하는 객체들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서로 대체 가능하다. 따라서 역할은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객체들을 수용할 수 있게 해주므로 협력을 유연하게 만든다.

배우와 배역

배우는 연극이 상영되는 짧은 시간 동안에만 자신이 연기해야 하는 배역의 가면을 쓴다.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동안 관객들은 배우가 아닌 배역으로서 그 사람을 바라본다. 조명이 꺼지고 무대의 막이 내려진 후에는 사람들은 배우를 연극 속의 배역이 아닌 본래의 배우라는 존재로 바라본다.

  • 배역은 연극 배우가 특정 연극에서 연기하는 역할이다.
  • 배역은 연극이 상영되는 동안에만 존재하는 일시적인 개념이다.
  • 연극이 끝나면 연극 배우는 배역이라는 역할을 벗어 버리고 원래의 연극 배우로 돌아온다.

배역과 배우 사이의 또 다른 특성은 동일한 배역을 여러 명의 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미오라는 배역을 연기했던 배우들은 무수히 많다. 또한 배우들은 자신이 배우로 있는 동안 하나 이상의 연극에 참여해서 다양한 역할을 연기한다.

  • 서로 다른 배우들이 동일한 배역을 연기할 수 있다.
  • 하나의 배우가 다양한 연극 안에서 서로 다른 배역을 연기할 수 있다.

연극 안에서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은유는 협력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객체라는 관점이 가진 입체적인 측면들을 훌륭하게 담아낸다. 협력은 연극과 동일하고 코드는 극본과 동일하다. 배우는 연극이 상영될 때 배역이라는 특정한 역할을 연기한다. 겍체는 협력이라는 실행 문맥 안에서 특정한 역할을 수행한다. 연극 배우는 연극이 끝나면 자신의 배역을 잊고 원래의 자기 자신을 되찾는다. 객체는 협력이 끝나고 협력에서의 역할을 잊고 원래의 객체로 돌아올 수 있다.

협력이라는 문맥 안에서 역할은 특정한 협력에 참여해서 책임을 수행하는 객체의 일부다. 일반적으로 역할은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는 잠시 동안에만 존재하는 일시적인 개념이다. 역할은 모양이나 구조에 의해 정의될 수 없으며 오직 시스템의 문맥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에 의해서만 정의될 수 있다. 역할은 객체의 페르소나다.

하나의 배역을 여러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것처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하나 이상의 객체들이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은 협력 관점에서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객체들은 서로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우가 여러 연극에 참여하면서 여러 배역을 연기할 수 있는 것처럼 객체 역시 여러 협력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객체는 다양한 역할을 가질 수 있다. 객체는 여러 역할을 가질 수 있지만 특정한 협력 안에서는 일시적으로 오직 하나의 역할만이 보여진다는 점에 주의하라.

이것은 배우가 하나의 연극에서 오직 하나의 배역을 연기하는 것과 동일하다. 객체가 다른 협력에 참여할 때는 이전의 역할은 잊혀지고 해당 협력에서 바라보는 역할의 측면에서 보여질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객체라고 하더라도 객체가 참여하는 협력에 따라 객체의 얼굴은 계속해서 바뀌게 된다. 아마도 특정한 협력 안에서는 협력 안에서는 협력에 필요한 객체의 특정한 역할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감춰질 것이다. 객체는 다수의 역할을 보유할 수 있지만 객체가 참여하는 특정 협력은 객체의 한 가지 역할만 바라볼 수 있다.

객체는 다양한 역할을 가질 수 있다. 객체는 협력에 참여할 때 협력 안에서 하나의 역할로 보여진다. 객체가 다른 협력에 참여할 때는 다른 역할로 보여진다. 협력의 관점에서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객체들은 서로 대체 가능하다. 역할은 특정한 객체의 종류를 캡슐화하기 때문에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고 계약를 준수하는 대체 가능한 객체들은 다형적이다.

느낀점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에서 다룬 협력, 책임, 역할에 대해서 한 가지 예제로 분석하고 좀 더 상세하게 다뤄지고 있어서 그런 부분이 좋았다. 사실 어느정도 같은 맥락에서 반복이지만 계속 반복하면서 느끼는 것이 계속 바뀌고 있어서 신기하다..

논의사항

늦게 올려서 패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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